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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던 사람이 몰락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기의 몰락이 그가 쓴 사람들의 ‘충성심’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되면 사람을 쓸 때 충성심을 가장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자기가 ‘아랫사람’일 때는 ‘윗사람’ 1억대출 30년상환 에게 충성하지 않는 것이 아랫사람의 덕목이라고 강조하여 스타덤에 올라 대통령이 됐으면서 정작 자기가 ‘윗사람’이 되어서는 아랫사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사람에 대한 충성이라고 말한 것이다.
스스로를 ‘최고 존엄’으로 여긴 결과
알려진 것처럼 이 말이 처음 나왔던 것은 이명박 정권의 국가정보원을 통한 여론조작 사건 때다 대출상담 . 그 후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문재인 정권에서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이 말은 그를 상징하는 말이 됐지만 정작 자기가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자 자기 정권의 사람들에게는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갖은 수를 써서 자리에서 쫓아냈다. 이준석을 내쫓고, 몇 번에 걸쳐 무리수에 무리수를 두고 겨우 김기현을 당대표로 앉혔다. 문재인 정권에서 30만원빌려주실분 자기와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한동훈도 한칼에 내쳤다.
그에게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는 유일하게 자기 자신뿐인 것이 확실하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존재, 그러나 다른 모든 이는 그에게 무조건 충성해야 하는 존재. 우리는 이 존재의 이름을 휴전선 북쪽으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다. ‘최고 존엄’이다. 북에서 인민 jlpt고사장 과 당과 군대가 모두 결사옹위해야 하는 유일한 존재인 ‘최고 존엄’ 말이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하는 그가 ‘충성’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에 따르면 ‘이념’이다. 그가 집권해 있던 내내 ‘이념’을 이야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념’에만 충성하지 결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그럼 그는 왜 다른 사람에게는 그에 대한 충성을 근무지역 요구하는가? 그것은 그가 이념 혹은 가치의 유일한 실현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대통령이 됨으로써 그는 그 가치가 실현된 기관이 됐다. 그에게 대통령이란 그런 존재다. 가치가 실현된 기관 말이다. 그래서 ‘최고 존엄’이다. 최고 존엄은 그를 제외하고 다른 어떠한 충성의 대상도 용납하지 않으며 동시에 자기에게 충성하지 않는 그 어떤 존재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체제 그 자체”라고 말한 것도 이해된다. 나아가 국민의힘 김민전 최고위원이 “대통령님이 정말 외로웠겠구나 생각했다”는 말도 그냥 아부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체제 가치를 유일하게 구현한 존재는 당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다. ‘홀로’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모두는 그의 ‘외로움’에 죄책감을 느끼며 책임을 져야 한다. 관료제에 있는 공직자들이 최고 지도자의 외로움에 책임지려고 할 때 최악의 정치가 나타난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관료제 체제가 외로운 총통으로부터 이어지는 ‘상사'에 대한 책임의 연쇄고리로 나치즘이 작동했다고 봤다. 악의 평범함(진부함)에서부터 이어지는 악의 사회성이다.
그는 왜 ‘최고존엄’으로 타락했을까
악의 사회성을 끊어내기 위해서 탄핵 이후 새로운 공화국을 재건해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예외로 여긴 그를 예외적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끌어낸 것으로 끝낼 수 없다. 그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을 때 왜 열광했는지를 봐야 한다. 거기에 공화국 시민과 공직자가 따라야 할 핵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왜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최고 존엄’으로 타락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탄핵 이후 해야 할 일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을 대부분의 사람은 충성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나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 나라의 이념과 가치가 구체적으로 구현된 것은 헌법이다. 다른 말로 해서 공직자가 사람에 대해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가의 이념과 가치가 명문화된 근간으로서의 헌법에 충성한다는 말이며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겠다는 말이다. 공직자가 충실해야 하는 것은 헌법적 가치이지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이 충성이 아닌 충실성이라고 오인하여 열광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투영한 것은 통치자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가치에 대한 충실성이었다.
충성과 충실성은 매우 다른 두 가치다. 이 차이를 알기 위해서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사랑예찬’에서 사랑을 설명하는 방식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서약한다. 이 서약은 한편에서는 우연히 찾아온 사랑을 필연으로 만들겠다는 서약이다. 사랑이 우연히 찾아왔지만 우연히 가버리게 두지 않고 필연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것도 영원을 걸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일 때만 진실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저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서약의 대상이 하나가 아니라 둘임을 알 수 있다. 하나는 내가 영원을 걸고 사랑을 서약하는 것은 ‘너’라는 사람이다. 너에 대한 충실성, 즉 일종의 충성이다. 다른 한편 내가 영원을 걸고 너에게 서약하는 것은 ‘사랑’이다. 나는 너를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사랑하겠다”는 것을 서약한다. 이것은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한 충실성에 대한 서약이다.
이처럼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서약은 사람에 대한 서약일 수도 있고, 사랑에 대한 서약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두 서약은 모순 없이 그리 잘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둘은 격렬히 충돌한다. 만일 사랑이라는 가치에 대한 서약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단호하게 단절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말은 비겁한 변명이 아니라 때로는 사랑에 대한 충실성의 비극으로 발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충성 서약이 사랑에 대한 충실성 서약과 충돌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충성으로서의 사랑은 둘 사이의 세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충성은 수직적이며 일방적이다. 거기에 상호성은 없다. 사랑이 둘 모두가 존재할 수 있도록 서로를 보호하는 것이라면 충성은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 다른 하나는 희생된다. 그리하여 충성하는 자는 희생되고 사라지고 충성을 받는 자는 혼자 남는다. 홀로 남게 하는 것, 그게 사랑인가? 이런 사랑의 자기 배반 혹은 파괴에 맞서 사랑을 둘이 서는 하나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쪽이 희생되고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둘 모두 보존되어 설 수 있는 하나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 가치로서의 사랑이라는 말이다. 이 가치에 충실한 것, 그것이 사랑이며 이 사랑에는 충성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렇기에 사랑한다는 말은 너에게 충성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포함한다.
탄핵은 헌법에 대한 ‘충실성’의 실천
2013년 10월21일 당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공화국의 시민들은 충실성에 반하는 충성 서약을 요구한 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대신 ‘그의 말’을 실현했다. 우리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것은 시민들이 헌법에 대한 사랑 서약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선택이고 최고의 행동이었다. 헌법의 무대 위에 함께 서야 하는 사람들을 파괴하는 행동을 한 자에게 그 누구도 이 무대에 홀로 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랑의 충실한 실천이자 충실성이라는 가치로서의 사랑의 실현이었다. 이 사랑을 통해 모두는 헌법이라는 무대 위에 선 시민으로서 서로의 존재를 보호한 공화국의 시민일 수 있었다. 시민을 시민으로 보호하는 것이 바로 공화국의 헌법적 가치이며 이 가치에 충실하였기에 우리 모두 시민으로 실현된 것이다.
탄핵이 인용된 이후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시민들이 서로를 시민으로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적 ‘가치’에 대한 토론이다. 이 토론이 정 권력 구조에 대한 토론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이 헌법에 충실한/하려는 ‘여럿’을 보호하는 것이 공화국의 헌법적 가치다. 사람은 ‘여럿’으로 존재한다. ‘여럿’을 부정하는 자, 다른 이의 헌법적 가치에 대한 충실성을 하나에 대한 ‘충성’으로 파괴하려는 자는 좌든 우든 무대 위에 설 수 없어야 한다. 충실성이 충성으로 타락하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의 시작은 우리가 이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그 역사를 다시 천명하는 헌법 전문에 어떤 역사적 사건들이 기재돼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일 것이다. 전문에 천명되는 사건들이 바로 하나의 지배로부터 여럿의 무대를 지키려던 우리 정치 공동체의 역사적 사건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건의 주역들인 여럿이 누구이며, 누가 아직 그 여럿에서 배제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미 공화국에 충실한, 그러나 배제된 그 여럿의 충실성을 보장하고 보호하는 것이 바로 기본권의 주체와 범위에 대한 토론일 것이다.
또한 이번 계엄과 탄핵, 그리고 그 이후 드러난 ‘법 기술’을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법 기술’은 법치를 파괴하고 철권통치(Rule By Law)에 기생한다. 이번 계엄과 탄핵 과정은 이것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철저히 계급화돼 있는지도 뻔뻔하게 보여줬다. 법 기술을 활용한 철권통치는 언제나 그 법을 만들고 판결하고 실행하는 권력을 소유한 특권층을 예외로 여기며 한없이 자비롭다. 반면 통치받아야 하는 자들에게는 조문 하나에도 조그마한 틈도 주지 않고 가혹하다. 철권통치는 그야말로 계급에 따라 사람에게 충성하고 사람에 따라 법의 충실성을 배반한다. 법의 자비와 가혹함이 계급화되는 것을 저지하고 방지하는 것이 법에 대한 충실성으로서의 법치(Rule Of Law)를 세우는 일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에서 볼 수 있듯 법/관료 기술자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철옹성을 쌓고 있다.
‘법 기술’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이번 대선에 나선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남태령에서, 한남동에서 ‘여럿’은 사람에 대한 충성을 거부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한 사람은 이 말로 여럿을 속였지만 이 말에 기만당했던 여럿은 이 말을 진실로 실현했다. 이 말을 유행시킨 사람은 자신의 몰락이 충성의 부족에서 빚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를 몰락시킨 것은 충실성에서 타락한 자신에 대한 충성 요구였다. 헌법에 충실한 이들은 충성을 거부했고, 앞으로도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을 것이다. 여럿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자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엄기호 사회학자·청강문화산업대학 교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겨나는 시대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같이 나눕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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