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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금리 정책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1.5%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화 정책과 함께 재정 정책의 공조가 필수적”이라면서 추경을 하면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p)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햇살론 승인사례 ◇ 재정·통화정책 놓고 반복되는 한은-KDI 갈등
이 총재는 나아가 “(KDI가)추경이 필요 없다고 한 부분은 다소 의아하다”면서 “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설명해야 할 것 같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만으로는 충분한 경기 부양 효과를 내기 어렵고, 추가적인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 종합평점 을 재차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는 한은과 대립각을 세운 KDI를 겨냥한 발 긴급생계자금 언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 11일 기획재정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면서 “법적인 측면에서 추경 요건이 갖춰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KDI는 추경보다는 재정 조기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지원저신용자대출 두 기관이 경제 정책을 놓고 충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은과 KDI는 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KDI는 경기 부양을 위해 조속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금리 인하 실기론’을 제기했다. 반면 한은은 금융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고, 결국 지난해 10월에서야 첫 금리 만기일시상환연장 인하를 단행했다.
이 총재는 작년 11월 28일 열린 금통위에서 실기론과 관련해 “1년 뒤에 성장률과 물가 안정, 금융 안정 등을 한꺼번에 보고 평가해달라”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금융학회와 공동개최한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금리 인하를 한 달 미루고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주춤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한은은 통화정책의 비용이, KDI는 재정정책의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해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추경에 대해서도 두 기관의 입장 차가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건강한 충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치권에서 추경의 방향과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 두 기관의 의견을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 전문가도 양분 “경기부양 시급” vs “대출은 나중에 받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추경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편성 시점에 대해서는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한시라도 빨리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재정 조기집행을 먼저 한 뒤 추경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명동 상가밀집 거리가 한산한 모습. /뉴스1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1월부터 신속 집행을 하고 있지만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은 처참하다”면서 재정 조기집행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반기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더욱 강화될 수 있는데 그제야 추경을 편성하면 어떻게 대응하려고 하냐”라고 비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작년 2분기부터 전기대비로 0%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올해 1분기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법적 요건을 충족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경기가 안 좋다고 생각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엄과 탄핵 등 정치적인 리스크가 겹친 점을 감안하면 빨리 추경을 편성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반면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위기 상황에서는 들고 있는 돈을 다 써보고 그래도 부족하면 대출을 받지 않나”라면서 “쓸 수 있는 수단을 다 써보고 추경을 편성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조기집행을 먼저 실행하고, 추경은 2분기 말 정도에 실시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부연 설명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추경 편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시기적으로 보면 KDI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의 70%를 상반기에 조기집행한다고 했으니, 이를 마무리한 뒤에 추경을 편성하는 게 적절하다”면서 “지금 추경을 투입하면 예산이 중복돼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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